노사분규와 치킨게임.
노사분규와 치킨게임.# 치킨게임(game of chicken)
1950 년대 미국 갱집단사이에서 유행한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치킨게임(game of chicken)'인데요. 겁쟁이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게임은 좁디 좁은 도로위에서 서로 자동차를 마주 달려 먼저 핸들을 꺽는 쪽이 겁쟁이(치킨)가 되는 게임입니다. 일촉즉발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더 버틴쪽(핸들을 꺽지 않은쪽)이 승리자가 되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조직의 보스인 동수와 준석이 있습니다. 둘은 조직의 사활을 걸고 일생일대의 대결을 펼칩니다. 먼저 핸들을 꺽는 사람이 겁쟁이가 되고 하와이로 떠나야 하는 운명 앞에 놓이게 됩니다. 둘앞에는 과연 어떤 결과들이 일어날까요?
위 그림에서 4가지의 경우의 수를 따져 볼 수 있습니다. 동수와 준석이 모두 지레 겁을 먹고 둘다 핸들을 꺽어버리는 첫 번째 경우 둘은 모두 아무런 피해가 없습니다. (다만 둘다 겁쟁이라고 놀림 받는 경우는 생길수 있음).
두 번째 경우는 준석이 돌진을 하고 동수가 회피했을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준석은 조직내 영웅이 되고 동수는 대결을 회피했기 때문에 겁쟁이로 낙인찍힙니다. 이 경우는 준석이 가장 바라는 것이겠죠?
세 번째 경우는 두 번째 경우와는 반대로 준석이 회피하고 동수는 돌진하는 경우입니다. 동수가 가장 바라는 상태로 동수는 영웅, 준석은 겁쟁이가 됩니다.
마지막 경우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둘다 오기를 부리다 망하는 경우죠. 둘다 핸들을 꺽지않고 충돌함으로써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 영화속의 치킨게임 - 이유없는 반항
치킨게임은 일찍이 영화에서도 다룬 예가 있습니다. 위의 경우처럼 서로 충돌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얼마나 절벽에 가까이에 차를 멈추느냐에 따라 영웅과 겁쟁이가 결정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치킨게임의 형태와 일치합니다. 제임스딘 주연의 영화' 이유없는 반항'의 한 장면을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서로 얼마 만큼 절벽 가까이에 차를 멈추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됩니다. 그 승부에 따라 겁쟁이가 될 수도 있고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희생자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죠. 화면에서처럼요.
이런 경쟁이나 경합에서 승리하는 전략이나 방법은 없을까요? 해답을 손자병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지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
적을알고 나를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적의 상황을 모르고 나의 상황만 알고 있다면 한번은 승리하고 한번은 패배한다. 적의 상황을 모르고 나의 상황도 모르면 매번 전쟁을 할때마다 필히 위태로워 진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라는 말. 너무나 흔히 들어봄직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계신 분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을 안다'라는 말은 단순히 적의 규모나 특징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적의 의중'을 간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선택가능한 여러 대안 중 어떤 선택을 취했을 때 적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미리 알고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백전백승의 핵심입니다.
앞서 언급한 갱들의 자동차게임에서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분명 게임에 승리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신(神)이 아닌 이상 상대방의 전략을 알 수는 없습니다. 이럴 경우 승리하고자 한다면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할까요?
# 자기 손묶기 전략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기 손묶기 전략' 이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의 선택가능한 대안의 폭을 좁혀 버리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만일 치킨게임을 하기 전에 핸들을 고정해 놓고 고정된 핸들에 손을 묶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보여 준다면 상대방은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요? 아마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살기 위해서 핸들을 꺽는 방법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이 선택가능한 대안이 두개에서 하나로 줄어든 셈이죠. 이런 전략을 일컫어 자기 '손묶기 전략'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를 제한함으로써 상대방의 선택가능한 대안의 폭을 줄여 놓는 전략입니다.
예 하나를 들어 볼까요? 영화 '랜섬'에서 아들을 납치당한 멜깁슨은 인질범과의 협상에서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묘안을 생각해냅니다. 아들을 돌려주는 댓가로 요구한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범인의 현상금으로 내거는 묘수를 생각해냅니다. '내가 이렇게 할테니. 넌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는 식'의 전략이죠. 바로 자신의 손을 핸들에 묶어버림으로써 상대방의 선택가능한 대안의 폭을 좁혀버렸던 전략과 흡사합니다. 이 전략으로 인해 결국 인질범 중 하나가 배신하는 결과를 이끌어냅니다.
이스라엘의 협상전략의 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은 수십년 동안 아랍권 국가들과 전쟁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테러범과의 협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입법화 해놓았습니다. 이로써 테러범들이 선택할수 있는 대안의 폭은 줄어들었으며 테러의 수도 감소했다는 것이 그들의 평가입니다.
# 노사분규와 치킨게임
'랜섬'의 예는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이고 이스라엘의 경우 먼 나라의 이야기 처럼 들리신다면 우리 일상의 경우를 하나 예로 들어볼까요? 노사분규를 예로 들 수가 있습니다. 노사분규시 서로의 입장차가 극명하기 때문에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치킨게임의 자동차처럼 그들의 모습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노조 측이 생각할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해고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집단 농성의 수위를 한층 강화하고 자사 브랜드의 불매운동을 감행하겠다는 자기 손묶기 전략을 카드로 낼수 있겠죠? 반대로 사측은 파업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한치도 물러섬이 없을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한다거나 공권력을 투입하고서라도 파업에 맞서겠다는 강경한 발언 정도가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 모두 결국 자신의 손을 묶고 마는 전략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팽팽한 대립각으로 서로에게 크나 큰 상처만을 남길것이 분명합니다. 마치 둘다 핸들을 꺽지 않음으로 발생되는 최악의 충돌 경우처럼 말이죠.
그럼 올바른 합의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3자의 조정일 것입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노사측의 선택의 대안의 폭을 조정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극단적으로 서로를 향해 치닫는 대립각을 좁혀 줄 중재안의 제시와 그에 합의점 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서로 win-win하는 이상적 상황들을 가져 올 것입니다.
추가 :
치킨게임은 게임이론중 의 하나로 정치경제학의 대상이었습니다. 미국과 구소련과의 치열한 대결양상이 펼쳐졌던 냉전체제하에서 서로 간의 전략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이론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다양한 현실적 상황들이 배제되고 지극히 인간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주체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모형이기에 오류가 발생할 소지도 다분합니다. 전략을 수립하거나 진행함에 있어서 참고 정도로 활용할 수는 있으되 정형화된 결과를 도출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으로 보입니다.